[김태우] 쿠바에 불고 있는 대한민국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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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한국과 쿠바가 전격적으로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을 발표한 후 쿠바에서 한국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쿠바는 1949년 한국을 승인했지만 카스트로 공산혁명 이후 1960년 북한과 수교하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그 때문에 이번 한-쿠바 수교는 64년 만의 관계 복원이며 쿠바는 한국이 수교한 193번째 나라가 되었습니다. 쿠바에는 약 1,100명의 한국인 또는 한국계가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한국을 떠나 멕시코에서 일하다가 쿠바로 이주하여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던 300여 명 한국인의 후예들입니다. 이들은 힘든 이민생활을 하면서도 독립 자금을 모아 독립 단체에 보냈고 조국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수교 소식에 이들이 한복을 입고 쿠바기와 태극기를 흔들면서 열광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번 수교에 양국 간 문화적 공감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과 쿠바는 미수교 상태에서도 문화교류를 이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쿠바에는 ‘아르코트’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5년에 창설된 동호회로써 1만 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제문화교류진흥원도 쿠바와의 문화교류 사업을 수년째 지원해오고 있었습니다. K팝과 K드라마를 즐겨온 ‘아르코트’ 회원들은 수교가 발표되자 아바나 도심에 있는 본부 건물에 모여 축하를 하고 기념촬영을 하면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이 쿠바에 와서 공연하는 날을 기다린다면서 열광했습니다. 교환교수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생기면 한국에 와서 K팝 댄스를 추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역시 쿠바는 정열과 음악의 나라입니다. 이렇듯 이런 문화적 교류와 동질감이 지역적 거리와 체제적 이질감을 뛰어 넘어 수교를 하는데 중요한 배경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번 한-쿠바 수교는 60여 년 동안 쿠바를 형제국으로 여기면서 교류해왔던 북한에는 또 한 번의 외교적 충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통계적으로 볼 때 그렇습니다. 현재 북한과 수교하고 있는 나라는 160개이며, 이중 북한이 대사관, 영사관, 대표부 등 상주 공관을 개설하고 있는 나라는 46개국뿐입니다. 북한에 외교공관 두고 있는 나라는 20여 개국뿐입니다. 북한의 해외공관이 크게 줄어든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유엔 안보리가 핵무기 개발을 이유로 북한을 제재하고 있기 때문이며, 둘째는 핵개발에 많은 돈을 쓰면서 외화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최근 수 년 동안 기니, 네팔, 방글라데시, 세네갈, 스페인, 앙골라, 우간다 등 7개 국가에서 공관을 철수했으며 콩고공화국 주재 대사관과 홍콩 주재 총영사관도 조만간 철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페루 주재 북한 대사관의 경우 건물, 현판, 부지 등은 그대로 있지만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페루가 그해 12월 북한 외교관들을 추방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대북제재 강화로 인해 외화벌이가 어려워지고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193개국과 수교한 상태에서 164개 나라에 상설 해외공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143개 나라가 한국에 외교공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과 수교한 상태에서 한국과의 수교를 거부하고 있는 나라는 시리아와 팔레스타인뿐입니다. 이런 통계치를 보더라도 한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인정받고 있는데 비하여 핵개발 때문에 북한의 고립과 경제난은 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한-쿠바 수교는 북한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1960년 수교 이후 북한과 쿠바는 반미와 사회주의를 매개로 형제국으로 우애를 유지해왔습니다. 1960년 체 게바라, 1966년 라울 카스트로, 1986년 피델 카스트로 등 쿠바의 지도자들이 엄청난 환대 속에 북한을 방문했으며, 지난 1월 1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에게 혁명 65주년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북한은 한-쿠바 간 교류협력 확대를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한-쿠바 교역 규모는 연 수천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더 늘어날 전망이며, 코로나 이전까지 매년 약 1만 4천 명의 한국인이 쿠바를 방문했는데 방문자도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2월 15일, 그러니까 한-쿠바 수교가 발표된 다음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일본이 결단만 한다면 북한과 일본이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고 일본 수상이 방북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면서 갑자기 일본을 향해 우호적인 메시지를 던졌는데, 그것이 한-쿠바 수교에 대한 불편한 심기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은 해외에서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남과 북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바라는 일일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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